동,식물 사진/꽃, 식물 사진

갯뫼꽃

chegnow 2011. 3. 25. 19:23

 

 

 

흙을 사랑한 한 여인이 있었답니다.
흙에서 뒹굴며 자란 여인의 체취는
흙내음 풀내음 그대로였답니다.

도회로  시집을 가던 날부터
여인은 정체모를 그리움에 빠져들었답니다.
아내만을 사랑하는 남편도 있고
자식도 낳아 잘 커주었고
이렇다하게 부족한 것이 없는데도
왠지 허전하고 뭔가가 그리워서
날마다 먼산 바라기만 하며 살았답니다.

그래도 일이 있을 때는 더러더러 잊고 살았는데
나이들어 할 일이 없어지자
여인의 그리움은 병이 되어갔더랍니다.
병명도 없이 시름시름 앓는 아내가 블쌍하여
남편은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났답니다.
파도가 철썩이는 바닷가 언덕위의 숙소에 묵던 날 밤
여인은 그만 물 속에 빠져 죽고 말았답니다.

바닷가 양지녁에 아내를 묻고
남편도 따라 죽었다나요.
바닷가에 묻힌 여인의 무덤가에
땅을 기어다니는 연분홍빛 꽃이 피어났답니다.
흙을 사랑하여 너무도 사랑하여
흙을 그리워하면서도
자신이 무엇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른 체
숨져간 여인의 넋이 꽃으로 피어났답니다.

남편의 무덤가에서도 같은 꽃이 피었답니다.
아내를 사랑하여 너무도 사랑하여
죽어서도 아내와 같이 있고 싶어한 남편의 넋이
꽃으로 피어나서 아내의 곁으로 기어갔답니다.

둘이는 땅을 기어다니며 얽히고 섥혀서
흡족한 웃음을 웃으며 살고 있답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갯뫼꽃이라 부른답니다.

늦은 봄부터 피어나기 시작하여 늦 가을 까지
바닷가 돌틈사이나 흙밭에서
흙에 뒹굴며 피어나는 나팔꽃 닮은 연분홍 꽃
흙을 사랑한 여인과
아내를 사랑한 남편의 넋인 갯뫼꽃 사연이랍니다.

 

[ 야생화이야기 caucur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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